제가 포착한 아름다운 피사체는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요? 지금 찍은 사진 속 존재가 실체가 아닌 허상은 아닐까요? 이 이미지는 우리 마음속에 어떻게 기억될까요?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미지는 희미해지고, 그 자리에 또 다른 모습이 그려지곤 합니다.
대칭과 반영이 만들어내는 난반사는 형상을 일그러뜨려 추상적인 이미지를 탄생시킵니다. 환희의 세계로 비상하다가도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고,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며 새로운 형태로 다가옵니다.
어린 시절 제 고향 마을의 가을은 추수가 끝났음에도 누런 들판 위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평면적으로 기억됩니다. 빨갛고 노란 환희 속에 아직 남아 있는 녹색이 균형을 이루는 가을 풍경은 자연이 준 선물과도 같았죠.
저 풍경 너머 깊은 우주 바다에는 알 수 없지만, 어딘가에서 본 듯한 무언가가 존재합니다. 풍경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중첩되어 초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. 현실 너머에 또 다른 초현실이 펼쳐지고,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허우적대며 무한히 흐르는 듯합니다. 이 아련한 느낌, 롤랑 바르트가 말한 **'푼크툼'**이 이런 것일까요? 때로는 허상이 상상보다 더 감성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온다고 합니다.
저의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풍경은 패턴화되고 중첩되어 무한히 반복되거나 서로 대립적으로 그려집니다. 이는 우연성과 실재성이 혼합된 조합으로, 그냥 보았을 때 가슴에 와닿고,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.
이 사진들이 여러분의 마음속에 어떤 기억을 남길지 궁금합니다.